조립로봇 / 변종태
파아란 억새풀숲에서 메뚜기가 교미하는 사진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베일 듯 날선 억새 이파리에
열 다섯 처녀애 핏줄처럼 파란 바람 한 날 지나가고
꼼짝 않고 대사(大事)를 치르는 메뚜기 한 쌍,
그윽한 꿈 속에 잠시 취할 무렵
렌즈에 걸려 고정된 채 끌려온 한 쌍의 메뚜기
네 살배기 아들 녀석
아빠, 얘네 합체(合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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