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이상국

시인 최주식 2010. 2. 1. 23:52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이상국 


감자를 묻고나서
삽등으로 구덩이를 다지면

뒷산이 꽝꽝 울리던 별
겨울은 해마다 닥나무 글거리에 몸을 다치며
짐승처럼 와서는
헛간이나 덕석가리 아래 자리를 잡았는데
천방 너머에서 개울은 물고기들 춥다고
두터운 겨울옷을 꺼내 입히고는
달빛 아래 먼길을 떠나고는 했다

어떤 날은 잠이 안 와
입김으로 봉창 유리를 닦고 내다보면
별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봄을 기다리던 마을의 어른들이
별똥이 되어 더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하늘에서는 다른 별도 반짝였지만
우리별처럼 부지런한 별도 없었다
그래도 小寒만 지나면 벌써 거름지게 세워놓고
아버지는 별이 빨리 돌지 않는다며
가래를 돋구어대고는 했는데

그런 날 새벽 여물 끓이는 아랫목에서
지게 작대기처럼 빳빳한 자지를 주물럭거리다 나가보면
마당에 눈이 가득했다

나는 그 별에서 소년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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