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갈대밭 / 이진심
들판의 거대한 갈대밭이
숨을 들썩이며 씩씩거리고 있다
시끄러운 가을이다
흙들은 하루가 다르게 푸석해져 간다
상한 과일들은 나무 밑둥에
속 편한 자세로 떨어져 몸을 조금씩 말려간다
아무도 손대지 않는
이 지상의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다 식어가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물처럼
바람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내 몸이 상해가는 것을 느낀다
인생을 낭비해 버린,
형편 없는 자의 추수가 끝나가고 있다
나는 슬슬 어두워지는 가슴속을 들여다본다
망가진 문을 열고 들어서야 하는 자의
두려움만 남았다
아름다운 식탁보 위에 누운 내 몸이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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