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들판의 갈대밭 / 이진심

시인 최주식 2010. 2. 4. 21:51

들판의 갈대밭 / 이진심



들판의 거대한 갈대밭이

숨을 들썩이며 씩씩거리고 있다

 

시끄러운 가을이다

흙들은 하루가 다르게 푸석해져 간다

상한 과일들은 나무 밑둥에

속 편한 자세로 떨어져 몸을 조금씩 말려간다

아무도 손대지 않는

이 지상의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다 식어가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물처럼

바람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내 몸이 상해가는 것을 느낀다

인생을 낭비해 버린,

형편 없는 자의 추수가 끝나가고 있다

 

나는 슬슬 어두워지는 가슴속을 들여다본다

망가진 문을 열고 들어서야 하는 자의

두려움만 남았다

아름다운 식탁보 위에 누운 내 몸이 천천히

식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