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저토록 저무는 풍경 / 박주택

시인 최주식 2010. 2. 4. 21:53

저토록 저무는 풍경 / 박주택

 


잎사귀 떨어지는 거리를 걷다 중국집 계단을 오르며
저무는 문에 볶음밥 냄새 훅 끼쳐 오면
어서 빨리 시간이나 지나가라고
어서 빨리 이 계절을 지나 저 계절로 가라고
낮고 젖은 가슴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울음들에게
가는 노래를 듣는다, 자장면 그릇에 모이는 나부끼는
저 창밖의 잎사귀들은 검은 공기에 뜯겨 조서 없이
바람 속으로 들어갈 것이지만 세상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도
사람의 발자국에 남은 김 서린 목을 맬 수는 없겠지
오늘 밤은 또 무엇이 되려나 예기치 않은 것들이 얽혀
운명이 되는 밤 저 여미는 것들 슬픔이라도 만지는 듯
바람은 가는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입들에게
끝은 있다 끝은 있다 가르치지만
붐비는 울음 속에 세워진 혼을 빼앗긴 저녁은 온다
깊은 곳으로부터 한없이 사라지며 물결치는
저토록 저무는 밖의 풍경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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