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 김충규
방금 수면 위로 뛰어오른 물고기가 물고 간
달빛, 그러나 달빛은 물고기의 몸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과 함께 강 밑바닥에 쌓일 것이니
그렇게 쌓인 달빛들 수북할 것이니
비 오는 밤이거나 달뜨지 않는 밤이 와도
강은 제 속에 쌓인 달빛들로 환해지리
그 환함으로 물고기들 더듬지 않고도 길을 가리니
내 한 줌 강물을 마신다 내 몸 속도 환해져서
캄캄함의 세월이 와도 더듬지 않을지니
신발을 벗어놓고 정중히 강을 경배함이
어찌 사람의 할 일이 아니라 하겠는가
시집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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