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 나석중
열어놓은 창을 통하여
옆집 갓난이 울음소리가 나팔꽃처럼 넘어온다
배가 고픈지 무서운 꿈을 꾸었는지
보채며 우는 아가 울음소리에도 애 엄마는 어디 갔는지
울음소리는 더더욱 가시에 찔린 듯 자지러진다
안타까움을 넘어 은근히 부아 끓어오르고 가슴 졸이고
지금 한밤중 남한산성 너머 잠 멀리 달아났어도 아가야
제발 소용없는 울음을 멈추어라. 아가야
나는 아기를 마음으로 보듬고 간절히 다독여준다
아가는 울면서도 창 넘어간 내 마음을 받았는지
금세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적막해진다
옆집 아가는 신통하다. 나도 이제 마음의 창 열어놓고
집 나간 그를 맞아야겠다
<나무심> 빈터동인지 6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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