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갑 떨다 / 차승호
불알털털, 불알털털털……
다소 경망스런 트랙터 몰고 다니며
노인네 논바닥을 간다
저 트랙터로 말하자면 농기계 1세대로
노인네 젊었을 때
동네에서 세 번째 장만한 트랙터이다
새벽녘이면 불알탈탈, 불알탈탈탈……
환하게 벌은 알밤을 터는지 그때는
좀더 기운차게 경망스러웠다
칠십 노인네 논바닥 갈아엎을 때마다
불끈불끈 들판의 푸른 힘줄
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
트랙터 나오기 이전부터 들판에 엎드린 들짐승이
바로 저 노인네이다
노인네도 트랙터도 많이 늙었다
둘 다 늙은 현역이다
듣기로는 아직 보충병이 보충되지 않아
어느 세대에 제대할지 까마득하단다
노인네가 체신머리없는 트랙터로
들판에 보톡스를 놓는 동안
보충병이 되지 못한, 보충자원인 나는
들판에 몸 붙일 생각은 하지 않고
불알털털, 불알털털털……
불알 밑 거웃을 헤아리듯
저걸 3음보라 해야 하나, 4음보라 해야 하나
논둑에 서서 육갑을 떨고 있다
시집<소주 한 잔> 2009.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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