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마중물 / 윤성학

시인 최주식 2010. 2. 7. 21:40

마중물 / 윤성학 
  
참 어이없기도 해라

마중물, 마중물이라니요


마중물 : 펌프로 물을 퍼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구멍에 붓는 물

(문학박사 이기문 감수 「새국어사전」제4판, 두산동아)


물 한 바가지 부어서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 속까지 마중갔다가

함께 뒤섞이는 거래요

올라온 물과 섞이면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

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

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철렁하기도 해라

참 어이없게도

 

- 『당랑권 전성시대』(창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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