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오르간 / 함기석

시인 최주식 2010. 2. 7. 21:39

오르간 / 함기석

 

바다 한복판에 오르간이 환하게 떠 있다

누구의 익사체일까

 

새들이 건반에 내려앉을 때마다

밀물과 썰물이 반음 차로 울리고

 

파도가 모래해변으로 나와 

하얀 혓바닥으로  

사람 발자국을 지우는 시간 

 

게들이 하늘을 본다

북극성 조등(弔燈)에 환하게 불이 켜지고

원을 그리며 도는 별들 음표들 시간들

 

누가 주검을 연주하는 걸까

건반 사이에서 새들이 날아올라 

캄캄한 허공으로 흰 쌀알처럼 흩어지고 있다

 

게재지 : 열린시학

<현대시 펼쳐보기> 시향. 2009. 여름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똥파리*/ 김상미   (0) 2010.02.07
마중물 / 윤성학   (0) 2010.02.07
목포 앞바다 / 김선태   (0) 2010.02.07
구름 산책 외 1편 / 최을원   (0) 2010.02.07
목련나무의 입 외 1편 / 정재록  (0) 2010.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