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갈매기살 / 신단향

시인 최주식 2010. 2. 7. 21:43

갈매기살 / 신단향

 

동해에서 많이 날까.
서해에서 많이 날까.
나는 갈매기가 남해 바다를 건너온다고 했다.

 

저공의 날갯짓으로 수면을 휘둘러보는 갈매기의 쏜살같은 활강은
불빛에 번쩍이는 스탠젓가락이다.
벌겋게 달구어진 화덕의 충혈된 눈빛 속에 퍼덕인다.
파도를 뒤적거리며 먹이를 낚아 올리는
부리에서 피어나는 불콰한 알코올 냄새
저 드넓은 바다가 갈매기의 불판인가 보다.
불판위에
얹혀진 갈매기살을 뒤집는다.
동해에서 왔을까 남해에서 왔을까 끼들거리며
갈비뼈 바로 아래
삼겹살 바로 위를 순시하는 경비선처럼,
갈매기의 펼친 날개가 양쪽으로 뻗쳐있다.
소의 안창살과 같은 맥락
소주 한 잔에 갈매기살을 씹던
사내가 말한다.
갈매기살이 소고기야? 돼지고기야?
갈매기살은 갈매기 고기지.
한 잔의 소주가 드넓은 바다인 양
거푸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고

 

제 고향이 바다인지 돼지우리인지 분간 할 수 없다.
제주도 어느 산자락에서 자랐다는 흑돼지
돼지의 몸통 속에도 갈매기가 끼륵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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