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나무 / 임영석
사철나무 새순을 잘라 밭둑에 촘촘히 꽂았다
어린 것이 너무 일찍 집을 나와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얼마나 울었는지
배냇니 같은 잎들이 시들시들 말라가며
그리움의 독毒을 토해낸다
시시사철 외로움이 없어 보이던 사철나무,
보름이 지나서야 물 한 모금 먹었는지
딱따구리가 굴참나무 쪼는 소리를 듣는다
문 없는 집을 허공에 지어 놓은 탓일까
어린 사철나무 울타리는 구름의 발자국 소리에
제 살 같은 어미의 온기를 전해 들었는지
서로 한 뼘씩 마음을 이어 붙인다
백 년이 가도 천 년이 가도 서로 손 놓지 않고
다정하게 살겠다는 푸른 마음
허공에 지어 놓은 내 집, 울타리가 되어간다
<우리 詩> 2009.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