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할미새 / 박희선

시인 최주식 2010. 2. 7. 21:44

할미새 / 박희선

 

모과나무 위에

할미새가 와서 우네

저 목쉰 울음은

어디선가 많이 듣던

귀에 익은 소리네

옻나무 우물가에 사는

절름발이 할미새가 틀림없네

영감님이라도 돌아가셨는가

아니면, 집에 불이라도 난 것일까

봄밤 자정이 가까워 오는데

할미새가 와서 우네

내일 아침 보리 양식이라도 떨어졌는가

빈 쌀바가지 치마 속에 감추고 와서

늙은 할미새가 우네

봄비를 맞으면서
작은 기침으로 조용히 우네

 

박희선 시인

 

1996년 월간<문학춘추>로 등단

시집< 연옥의 바다> <백운리 종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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