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 / 유홍준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거라는 생각
잎이 나고 싹이 나는 걸
발견하는 거라는 생각
그리하여 울며 울며 그 나무를 다시 삶의 둑에 옮겨 심는 거라는 생각
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집집마다
수반 위에 올려놓은 토막이라는 생각
「애지」 200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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