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아는 여자 / 최호일

시인 최주식 2010. 2. 7. 21:55

아는 여자 /  최호일

 

모르는 여자가 아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녀 몸에는 광화문 연가가 저장돼 있다

또 다른 모르는 여자는 구멍 난 가슴을 부르는데

너무 솔직한 치마를 입고 있다 저쪽의

바람이 불어오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지하에서

노래가 끝날 무렵 누군가 술잔을

잘못 건드렸는지 세상 밖으로 넘어지고 별이 흔들린다

밤이 젖었네 미안해요

 

유리잔에 금이 자라기 시작하고

바닥이 멀리 갈라져 나머지 시간과 부르던 노래와 가사까지

지진이다 하면서 땅속에 들어가 백 년 동안 묻혀 있다면

저들은 아는 여자가 될까

 

그곳에 가을이 오고 아는 여자가 떠난다고 해도

밖에는 비가 내리기도 할 것인데

 

노래가 땅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하나

 

어느 날 구조가 되어도 모르는 새처럼

우리는 지상의 노래를 다시 부르지 못할 것이다

 

 <시안> 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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