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 / 김두안
그는 동박새
도시에서 집을 짓는 그는
빨간 코팅 장갑을 끼고
철근 몇 가닥 어깨에 메고 휘청거리며 계단을 올라가요
목수들 망치 소리 들려와요
동백은 저렇듯 멍울로 꽃을 피워요
산이 쩌렁쩌렁 붉어요
피잉 허공에 쇳소리를 내며 떨어져요
참 헐렁해요
녹슨 꽃을 밟기도 해요
피멍 든 못자국을 망치로 두들겨요
바람은 아직 차갑고 도시는 안전화보다 안전하지 못해요
그는 동박새
절뚝절뚝 날아가요
철근이 휘청거리는 리듬을 타고
등 뒤로 힘껏 부딪쳐야 오를 수 있는 거예요
어제도 그제도
그렇게 살 거예요
그는 동박새
철근을 내려놓고 코팅 장갑을 꼭 쥐어 봐요
해 하나 또 지고요
시집 <달의 아가미> 2009.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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