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동박새 / 김두안

시인 최주식 2010. 2. 7. 21:56

동박새 / 김두안

 

그는 동박새

도시에서 집을 짓는 그는

빨간 코팅 장갑을 끼고

철근 몇 가닥 어깨에 메고 휘청거리며 계단을 올라가요

목수들 망치 소리 들려와요

동백은 저렇듯 멍울로 꽃을 피워요

산이 쩌렁쩌렁 붉어요

피잉 허공에 쇳소리를 내며 떨어져요

참 헐렁해요

녹슨 꽃을 밟기도 해요

피멍 든 못자국을 망치로 두들겨요

바람은 아직 차갑고 도시는 안전화보다 안전하지 못해요

그는 동박새

절뚝절뚝 날아가요

철근이 휘청거리는 리듬을 타고

등 뒤로 힘껏 부딪쳐야 오를 수 있는 거예요

어제도 그제도

그렇게 살 거예요

그는 동박새

철근을 내려놓고 코팅 장갑을 꼭 쥐어 봐요

해 하나 또 지고요

 

 

시집 <달의 아가미> 2009.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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