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여자 / 최호일
이 동네에는 바라볼 때만 지나가는 옥탑방 구름들이 살고
7월의 여자가 있지
그녀는 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얼굴로 시간을 널고 있지
저 악보는 6월이 찢어 놓은 바람의 달력 같다
빨래는 그녀를 안는 자세로 두 팔을 벌리고
축축해진 그림자를 조금씩 꺼내 먹고 있다
어쩌다 세상을 뒤집어 입고 있는 그림자들
하늘 저쪽을 바라보다 마주치면
동전을 줍는 척 고개를 숙이고
또 마주치면 떨어진 동전을 두 개 줍는 시늉을 한다
난간의 용도는 다양해서
스티로폼 박스가 위험하게 앉아 있기에 적합하다
저곳은 흙냄새를 맡아도 어떤 눈물이 자란다 꽃이 피면
동전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파꽃을 핑계 삼아 어느 날은 오래 어두워질 수 있겠다
아픔은 저마다 색다른 의상을 입고 있지만
푸르게 난간을 넘어오는 저 여자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기 때문에
이 계절은 소리가 지워진 채 떠내려가는데, 거기 가면
늦게 도착한 편지처럼
7월의 여자들만 사는 섬이 나올지 모른다.
<詩로 여는 세상> 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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