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의 일 / 김창균
다산한 여자 같은 저 나무는 많이도 늙었다
몇 차례 온몸을 쏟고 또 한 배를 갖은 걸 보면
몸통이 들썩일 정도로 숨소리가 크겠다
국적을 옮겨 시집온 여자가 그
꽃사과 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돌 지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받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는 일
곰곰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푸른 말이 붉은 말로 옮겨 가는 일
그늘을 다 건너뛰고 저녁을 맞는 일
꽃사과 나무 아래서 하루를 산다해도
알 수 없는 일 명명할 수 없는 일.
싹둑 전지한 나이테 자국 위에 돋는,
낮고 작은 잎들만이 아는 일.
시집『먼 북쪽 』2009년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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