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의 일 / 김창균

시인 최주식 2010. 2. 9. 22:33

꽃사과 나무 그늘 아래의 일 / 김창균

 

다산한 여자 같은 저 나무는 많이도 늙었다

몇 차례 온몸을 쏟고 또 한 배를 갖은 걸 보면

몸통이 들썩일 정도로 숨소리가 크겠다

 

국적을 옮겨 시집온 여자가 그

꽃사과 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돌 지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받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는 일

 

곰곰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푸른 말이 붉은 말로 옮겨 가는 일

그늘을 다 건너뛰고 저녁을 맞는 일

 

꽃사과 나무 아래서 하루를 산다해도

알 수 없는 일 명명할 수 없는 일.

싹둑 전지한 나이테 자국 위에 돋는,

낮고 작은 잎들만이 아는 일.

 

  시집『먼 북쪽 』2009년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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