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밥 / 이시하

시인 최주식 2010. 2. 9. 22:33

/ 이시하

 

나를 밥이라 부르며

밥으로 아는 이들이 서운해서

아주 가끔은 기일게 돌아서

느적느적 집으로 간다

밥 때가 아슬아슬 지나가게

걸음을 아껴 걷다가는,

그래도 뭘 먹기는 한 건지

행여 굶고 있는 건 아닌지

속으론 자꾸 신경이 쓰이고

되레 내가 참 나쁜 인간 같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인데,

조금 늦은 나를 와락 반길 적엔,

좀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가

엄마 바아밥, 빨리 바압,

하며 손잡아 끌 적에는

여전히 날 밥으로 여긴다 싶어

이내 속상도 하고 서운도 하고,

그래, 그래도 밥이 최고지

다 밥심으로 사는 거잖아, 하고

국 끓이는 소리, 밥 푸는 소리 들려주면

금세 무럭무럭 살 오르는 저들이

또 너무너무 이뻐 죽겠는,

 

밥 같은 저 …….

 

<수주문학> 2009. 신작작은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