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 이시하
나를 밥이라 부르며
밥으로 아는 이들이 서운해서
아주 가끔은 기일게 돌아서
느적느적 집으로 간다
밥 때가 아슬아슬 지나가게
걸음을 아껴 걷다가는,
그래도 뭘 먹기는 한 건지
행여 굶고 있는 건 아닌지
속으론 자꾸 신경이 쓰이고
되레 내가 참 나쁜 인간 같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인데,
조금 늦은 나를 와락 반길 적엔,
좀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가
엄마 바아밥, 빨리 바압,
하며 손잡아 끌 적에는
여전히 날 밥으로 여긴다 싶어
이내 속상도 하고 서운도 하고,
그래, 그래도 밥이 최고지
다 밥심으로 사는 거잖아, 하고
국 끓이는 소리, 밥 푸는 소리 들려주면
금세 무럭무럭 살 오르는 저들이
또 너무너무 이뻐 죽겠는,
밥 같은 저 …….
<수주문학> 2009. 신작작은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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