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면 골지리 1리 2반 / 유금옥
이 마을 공기에는 이빨이 있다
물어뜯기다 팽개쳐진 함석집들이
기우뚱, 나가떨어져 있다
산비탈이나 거름더미 귀퉁이
혹은, 외양간이나 개집 옆에
씨부렁거리고 앉아 있다, 무릇 거름더미란
잡초들의 싸움질이나 닭똥 쇠똥을 모아둔 것인데
목청 큰 이장 놈의 허드레소리도, 쿡
찔러 넣어둔 것인데 이곳 생활을
겨울 내내 푹푹 썩혀둔 것인데
이 쾌쾌한 풍경을 흩뿌리는 봄이면
밭이랑마다 시퍼런 산이, 쑥 올라오고
붉은 장화가 저벅저벅 피는 것이다 소와 개와 닭과
맑은 공기가 주민인 이곳에서, 나는
철통처럼 둘러싸인 산을 끼고
졸졸졸졸 맹물처럼 늙어간다
게재지 <유심>
<시향> 현대시펼쳐보기.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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