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대관령면 골지리 1리 2반 / 유금옥

시인 최주식 2010. 2. 9. 22:35

대관령면 골지리 1리 2반 / 유금옥

 

이 마을 공기에는 이빨이 있다

물어뜯기다 팽개쳐진 함석집들이

기우뚱, 나가떨어져 있다

산비탈이나 거름더미 귀퉁이

혹은, 외양간이나 개집 옆에

 

씨부렁거리고 앉아 있다, 무릇 거름더미란

잡초들의 싸움질이나 닭똥 쇠똥을 모아둔 것인데

목청 큰 이장 놈의 허드레소리도, 쿡

찔러 넣어둔 것인데 이곳 생활을

 

겨울 내내 푹푹 썩혀둔 것인데

이 쾌쾌한 풍경을 흩뿌리는 봄이면

밭이랑마다 시퍼런 산이, 쑥 올라오고

붉은 장화가 저벅저벅 피는 것이다 소와 개와 닭과

 

맑은 공기가 주민인 이곳에서, 나는

철통처럼 둘러싸인 산을 끼고

졸졸졸졸 맹물처럼 늙어간다

 

 게재지 <유심>  

<시향> 현대시펼쳐보기. 2009.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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