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클로즈업 / 정민나

시인 최주식 2010. 2. 9. 22:36

클로즈업 / 정민나

 

샐비어 빨간 허파 속을

한련화의 자줏빛 심장 밑을

노란 장미의 얇은 고막 속을

스프링클러의 물줄기가 맹렬히 지나간다

 

공기의 막이 쭈욱 찢어지면서 얇은 꽃대들의 근육은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다

 

샐비어 꽃잎 이전의 시간과

한련화 잎사귀 한가운데 시간과

장미 실선의 가느다란 줄기 이후의 사간 사이로 신경의 파동이 동그랗게 굽이친다

 

그 순간

마비되고 끊어졌던 길들이 파릇파릇 살아난다

수축과 팽창의 문을 여닫으며

빨간 허파 속에서

자줏빛 심장 속에서

노란 고막 속에서

자기의 꽃을 들여다보고 있던 눈의 물들이 깜박인다

 

스프링클러가 돌아갈 때마다

지금 여기 몽유의 정원은 맹렬히 깨어난다

 

꽃밭의

그 많은 꽃들이 덩어리 덩어리 자신만의 몸체를 내밀고 있다

 

<시와문화> 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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