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옥잠 / 장정자
부레옥잠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제 몸이 아니라
물의 힘이라고 생각한 부레옥잠
돌확의 수심을 짚어보다 조금씩 조금씩
줄기의 한 끝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돌확의 깊이에 대해 제 몸이 너무 무거운가
뼈 없는 여린 물이 주저앉지는 않는가
제 힘껏 가느다란 줄기를 튜브처럼 부풀려 본다
저 대나무 쪽에서 흘러드는 물이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돌확이 부레옥잠의 뿌리를 물고기처럼 흔들어도
부레옥잠 부르튼 싯푸른 입술이 날마다 띄우는 동그란 잎
산길에는 바람의 길 맨발의 길 고독의 길이 화살표에 꿰어 있다
생은 어느 길에서는 화살표에 관통 당하듯 지난 길을 난전처럼 열어 보이는 것인데
물속에도 생각의 길이 있어 부레옥잠
온 생애 절반을 피내림인 물과의 상생을 생각한다는 것
부레옥잠도 제 이름이 가끔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저 애틋한 울림통의 애증에서 향기로운 꽃 피겠다
내 몸이 어떤 다른 고통을 알아서 뜨겁게 몸 부풀어 꽃 피웠듯
사랑은 알게 모르게 때로는 누수처럼 스미는 것
부레옥잠 제 이름 속에서조차 흰빛 물냄새를 품어
부레옥잠 부레옥잠 부르게 한다
시집 <뒤비지 뒤비지> 2008. 천년의시작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해 여름 숲 속에서 / 김지향 (0) | 2010.02.09 |
---|---|
유리병 속의 가을 / 최형심 (0) | 2010.02.09 |
앵두씨 / 이정화 (0) | 2010.02.09 |
클로즈업 / 정민나 (0) | 2010.02.09 |
아내는 늘 돈이 모자라다 /전기철 (0) | 201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