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詩

제5회 시마을 문학상 대상작

시인 최주식 2010. 2. 9. 22:47

제5회 시마을 문학상 대상작

 

저수지 / 최승화

가장자리로 갈수록 보이는 바닥
중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곳에는
살림살이도 투명해 보인다
산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희생을 배경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저수지
가끔 얼어버린 수면 위에는
미라처럼 굳어버린 치어들이 있다

유입된 물의 경로는 다양하다
둑이 처음 생길 때 본류는 스스로 수압을 만들고
빗물은 이곳저곳으로 흘러들어 압력을 더한다
치어는 치어끼리
대물은 대물끼리
견딜 만큼의 깊이에 자리를 잡는다

대물이 사는 곳은 중심
가끔 사냥을 위해 수면으로 떠오르거나
수초 많은 가장자리를 다녀가기도 하지만
물 빠진 저수지를 보면 안다
그들이 숨는 곳은 언제나 중심
가뭄이 검버섯처럼 핀 변두리에 말라버린 수초를 따라
중심으로 갈수록 진흙탕이다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목숨들이 그 속에 있다

물막이 공사가 끝난 신도시 같은 새 저수지
물이 차오른다
중심으로 몰려드는 한 무리의 대물들
다시 주변을 감싸는 투명한 가장자리
그 치어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