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방화범 외 1편 / 한영숙
꼼지락거리는 봄의 압력을 가누지 못해
가스 찬 압력밥솥처럼 겨울들이
폭발음을 내며 뚜껑을 박차고 탈옥한다
혈당농도 짙은
텁텁한 단백질의 하늘에서는
도무지 식을 줄 모르고 굴뚝 뭉글뭉글 게워낸
눈엣가시 스모그 떼들
꼴사나운 잡바람의 삐끼들이 활보하며 장악하는
무허가 뒷골목에서
꼬박꼬박 화대 챙기는
이 비상구 없는
콱 막혀있는 세상의 출구들
호되게 바람 맞은 여자 하나가
PET병만한 신나통에
진달래표 라이터를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확 그어댈까 말까 골똘히 생각 중.
이 봄에 진달래꽃 터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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