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魔述悲歌 / 현택훈

시인 최주식 2010. 2. 12. 22:59

魔述悲歌 / 현택훈

 

  오후에 마술이 비가에게 전화를 걸고

  비가는 그러자고 한다 그러자

  당나귀가 천천히 술잔 속으로 미끄러진다

  지난 선인장의 요일엔

  비가가 마술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사막 한 가운데서 햇빛에 녹아버렸다

  저녁바람이 마술비가가 있는 건물을

  어루만진다 그때가 고양이의 해였던가

  마술비가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마술 옆에

  비가가 앉았다 기타 솔로가 흐르고

  있었다 둘은 마술비가에서 음악과

  담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오아시스가 없는 이 도시에서

  음악을 품에 차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이 사막에서 호흡하는 협객들의 운명이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 전갈들

  거리엔 모래바람이 흩날린다

  마술이 비가에게 말한 건지

  비가가 마술에게 말한 건지

  분명하진 않지만 서걱거리는 말이

  탁자 위에 떨어진다

  마지막 술잔은 비우고 가세

  처음부터 빈 잔이었듯이

  깨끗이 비우고 가세

  마지막 술잔은 비우고 가세

 

 시집 <지구 레코드> 2009. 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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