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 힘 / 송 희
청국장을 발효한 퓨전 음식이라고
스푼으로 똑똑 떼는데
끈끈한 실들이 엉겨 붙어
한 알 한 알 떼기가 여간 질긴 게 아니다
발효가 잘 되면 그 진득함이 1-2미터를
넘나든단다 몸을 다 썩히어서
풀기 쟁쟁한,
조그만 콩알을 바라보다
툭하면
끊어지고 주저앉는 사랑에
또 한 차례
마음이 풀썩 꺾인다
아무 것도 구겨지지 않은 나는
아직 무얼 지키고 있는 게 자랑인 나는
곰팡이도 슬지 않는 실을
대체 어디다 꽁꽁 잡아매고
그것의 종이 되었을까
비굴한,
종의 냄새가 난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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