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실의 힘 / 송 희

시인 최주식 2010. 2. 12. 22:59

실의 힘 / 송 희

 

청국장을 발효한 퓨전 음식이라고

스푼으로 똑똑 떼는데

끈끈한 실들이 엉겨 붙어

한 알 한 알 떼기가 여간 질긴 게 아니다

발효가 잘 되면 그 진득함이 1-2미터를

넘나든단다 몸을 다 썩히어서

풀기 쟁쟁한,

조그만 콩알을 바라보다

툭하면

끊어지고 주저앉는 사랑에

또 한 차례

마음이 풀썩 꺾인다

아무 것도 구겨지지 않은 나는

아직 무얼 지키고 있는 게 자랑인 나는

곰팡이도 슬지 않는 실을

대체 어디다 꽁꽁 잡아매고

그것의 종이 되었을까

비굴한,

종의 냄새가 난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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