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인연이 아니라는 말 / 장만호

시인 최주식 2010. 2. 22. 23:58

인연이 아니라는 말 / 장만호

 

당신을 보내고

천 년을 살았다는 제주도 비자나무

상록의 활엽을 보네

잎잎마다 바라보는 향이 다르다지만

모두가 젊게 푸르다면 분명 시간의 국경을 넘어온 천 년의 이파리가

 

저 잎들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혼자서 바라보았을 천 년의 석양과

천 년의 밤하늘과

천 겹의 적막을 생각하며

 

나라는 나라와

당신이라는 나라의 국경을 생각하며

 

인연이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억울한가

우연에 기댄다는 말은

얼마나 쓸쓸한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과장없이 무너져 우는 그늘 속에서

 

천 년의 이파리가 가만히 그 울음을 듣고 있네

 

계간『시에』200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