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아니라는 말 / 장만호
당신을 보내고
천 년을 살았다는 제주도 비자나무
상록의 활엽을 보네
잎잎마다 바라보는 향이 다르다지만
모두가 젊게 푸르다면 분명 시간의 국경을 넘어온 천 년의 이파리가
저 잎들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혼자서 바라보았을 천 년의 석양과
천 년의 밤하늘과
천 겹의 적막을 생각하며
나라는 나라와
당신이라는 나라의 국경을 생각하며
인연이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억울한가
우연에 기댄다는 말은
얼마나 쓸쓸한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과장없이 무너져 우는 그늘 속에서
천 년의 이파리가 가만히 그 울음을 듣고 있네
계간『시에』2009년 가을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장무애無障無礙 (0) | 2010.02.22 |
---|---|
술 병 마개 / 박종해 (0) | 2010.02.22 |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서수찬 (0) | 2010.02.22 |
장날 / 김창균 (0) | 2010.02.22 |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0)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