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서수찬

시인 최주식 2010. 2. 22. 23:57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서수찬

 

문을 열고 나오다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목련꽃이 너무나 깊게

나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이삿짐을 나르다가

장롱이 안 들어가서

목련나무 몇 가지를 자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때 일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금방 내 옹졸한 속을 알아차립니다

벌써 목련나무는 그 잘렸던 상처를

꽃으로 삼켜 버린 지 오래입니다.

 

시집 『시금치 학교』2007. 삶이 보이는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