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石 / 김지녀
이것은 귓속에서 자라나는 돌멩이에 관한 기록이다
귓가에 얼어붙는 밤과 겨울을 지나 오랫동안 먼 곳을 흘러 왔다
시간을 물고 재빠르게 왔다 부서지는 파도의 혀처럼
모든 소리들은 투명한 물결이 되어 나에게 와 덧쌓이고
뒤척일 때마다 일제히 방향을 바꿔 내 귓속, 돌멩이 속으로 돌돌 휘감겨 들어간다
이것은 소리가 새겨 놓은 무늬에 대한 기억이다
돌멩이의 세계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창문을 닫고 누워 처음으로 지붕이 흘려보내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캄캄한 밤을 떠다니는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다 몸에 붙어 있는 비늘을 하나씩 떼어 내고 조금씩 위로 올라가 지붕에 가닿을 듯 그러나 가닿지 못하고 지붕 위에서 소리들은 모두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사라졌다 빗소리가 해를 옮기는 동안, 내 귀는 젖어 척척 접히고 나는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아 갔다 천천히 단단해지며 돌멩이가 또 한 겹, 소리의 테를 둘렀던 것이다
언젠가 산꼭대기로 치솟아 발견될 물고기와 같이, 내 귓속에는 소리의 무늬들이 비석처럼 새겨져 있다
- 시집 『시소의 감정』(민음사, 2009)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날 / 김창균 (0) | 2010.02.22 |
---|---|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0) | 2010.02.22 |
젓나무 열매 / 조현명 (0) | 2010.02.22 |
슬로우 모션 / 김기찬 (0) | 2010.02.22 |
흙을 빚어 만든 무거운 주전자에는 / 온형근 (0)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