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나무 열매 / 조현명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 온
단단하니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둥글게 웅크린
그래서 단단한 새알 같은 열매
커다란 접시 위에 놓았더니
제법 향을 내어 거실 가구들이 킁킁댄다
잊혀 질만큼 해가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바람이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손끝에서 그만 퍽 바스라졌다
아니 그건 피어났다
수천 개의 날개를 단 머리들이 접시에 수북 붕붕대었다
그걸 아이는 폭탄이라고 했다
그걸 아내는 꽃이라고 했다
저렇게 수많은 걸 한 몸이라 생각하다니
꽃잎들을 다시 숲으로 가져가서 흩어주어야겠다
하나하나의 몸에서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겠지
무수히 많은 길을 내는 생명의 꽃무리
시집 <모리라는 말> 2010. 포문시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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