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 삶는 저녁 / 나혜경
- 못다 한 말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하고
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려고 한다
신경전을 벌이다
내 손톱 끝은 부러지고
그는 혀를 깨물었다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한 혀
가만 밀어 넣어주려 해도 꼼짝 않는다
닫힌 마음에 물린 세 치 혀끝에
사나운 슬픔이 살아 있다
마음 찡하다
파도처럼,
철썩이며 끓어대는 물에서야
맥없이 입은 벌어지고
오, 꼬막의 입 속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바다의 말과
잘 익어 고요해진 슬픔,
꺼내어 씹어 본다
망설이기만 하다 혀를 깨물고야마는
내 입 속 못다 한 말처럼
눈물겹도록 짭조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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