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우포늪 통신 / 강경보

시인 최주식 2010. 2. 26. 23:35

우포늪 통신 / 강경보

저 왕버들 뿌리를 만져본 적 있니?
일억 년도 넘은 우포늪이 말을 다 한다는데
말이 샘물처럼 고여서 이제는 아예
제 몸이 말이라고 그냥 그런 줄 알라고
그때부터 마음의 생각들 어린 물풀로 올린다는데
왕버들 뿌리 끝에는 이동통신기지국이 있어서
어젯밤부터 물젖은 전파를 내 가슴에 쏘고 있다
마름풀 가느다란 줄기가 팽팽하게 진동하면
나는 겨드랑이 어디쯤서 추억의 소리 듣는데
가려움은 피돌기를 따라 발끝까지 흐르는구나
그래 알겠다,
가시연 생이가래 개구리밥처럼 나도 한때는
수생의 푸른 꿈 꾸었는지 몰라
구로동 종각을 오가며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왕버들 뿌리 같은 어머니에게서 뻗어 나와
공기주머니 허파를 숨쉬며 전송하노니,
아직은 잘 살고 있습니다 몸에서는 가끔
자각자각自覺自覺 무심무심無心無心
물소리도 나고요 

 

시집<우주물고기> 2010년 종려나무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반다듬이 / 송수권   (0) 2010.02.26
인도양 / 최준  (0) 2010.02.26
꽃삽 / 나혜경  (0) 2010.02.26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0) 2010.02.26
거시기 / 박제영  (0) 201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