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 최준
젖은 모래톱 걸어간 물새 발자국
그 깊이만큼 가벼웠을 영혼의 흔적 따라
걸어가다 보면
새가 날아가는 것
날아갈 수 있게 하는 것
날개만이 아닌 것 같다 아니,
날개가 아닌 것 같다
껍질 깨고 나온 부화의 순간부터
어느 한 곳에도 붙박아 두지 않은 마음
더불어 흔들려야 하는 가지에 매달려
안간힘 쓰고 싶지 않은 욕망
마침내 그거마저 놓아버린 새의 발자국이 더는
지상에 없다 솟구쳐 올라
한 오후 한나절 한때
나에게도 있을 수 있는 착각과 환으로
잠시 기웃거리던 자기 너머 자신을
그 자취를
바람 센 날 물결이 와 지워주기 바라면서
새는,
먹이도 길도 없는 어디로 온몸으로 날아갔나
새의 발자국이 사라진 지점, 아니
그때부터 허공에 찍힌 새의 갈퀴발이
첫걸음 내디딘 자리
다시 시작인 듯, 내 안 저쪽에서
뜨겁지 않은 노을이
붉게 불탄다
시집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2009년 문학의전당 시인시각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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