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 속으로 / 하여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축제 루체비스타는 역겨워, 금요일
담배를 끄고 차를 돌렸어
시간의 사원 톨게이트 건너온 갯내 묻은 바람 순천만 가까워질수록
볼륨을 높이고 속도를 올렸어
30미터 전방에 과속방치턱 감속하세요
헤드라이트에 살아나는 해안도로 지날 때마다 헤어진 그녀가 누워 있었어
그녀를 짓밟고 넘어가는 그 충격의 아픔만큼 증오했던 여자
사이드미러에 죽어가는 여자를 싣고 나는 쇼바보다 더 덜컹거렸던 거야
갈맷빛 해안선에 불빛 꼬막들 길게 혓바닥 내밀어 밤하늘을 핥고 있어
갯벌을 밀고 나온 거무죽죽 뻘물 든 달빛 S자 모노레일을 타고 오는 달에
한눈파는 사이 눈앞에 나타난 과속방지턱 와온
벌거벗고 누워 있는 여자 허리선 역광으로 비친 도시의 불빛
눈으로 맨살을 더듬어 내리다가 울컥 엷은 안개 들추고 슬그머니 손을 넣었지
섟
거웃에 자란 갈대밭 밑으로 만져지는 딱딱한 음핵 같은 솔섬, 쯔르쯔르 프트트 프트트
우레 켜는 야생의 울음소리에 바짝 조여지는 구멍들
해금내 나는 짭조름한 하룻밤의 정사
해감은 소금물이어야 하듯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을 토해냈지
목이 말랐어
옷을 입은 그녀는 태양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아무리 불러도 물밑으로 사라지는 와온
내 등에 난 그녀의 손톱자국 따가웠어
밀물이
칠면초 빨간 손톱을 감추고 있는
<시인세계> 2010년 봄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날 / 김창균 (0) | 2010.02.26 |
---|---|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0) | 2010.02.26 |
소반다듬이 / 송수권 (0) | 2010.02.26 |
인도양 / 최준 (0) | 2010.02.26 |
우포늪 통신 / 강경보 (0) | 2010.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