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소반다듬이 / 송수권

시인 최주식 2010. 2. 26. 23:36

소반다듬이 / 송수권

 

왜 이리 좋으냐

소반다듬이, 우리 탯말

개다리 모자 하나를 덧씌우니

개다리소반상이라는 눈물 나는 말

쥐눈콩을 널어놓고 썩은 콩 무른 콩을 골라내던

어머니 손

그 쥐눈콩 콩나물국이 되면 술이 깬 아침은

어, 참 시원타는 말

아리고 쓰린 가슴 속창까지 뒤집어

흔드는 말

시인이 된 지금도 쥐눈콩처럼 쥐눈을 뜨고

소반상 위에서 밤새워 쓴 시를 다듬이질하면

참새처럼 짹짹거리는 우리말

오리 망아지 토끼 하니까 되똥거리고 깡총거리며

잘도 뛰는 우리말

강아지 하고 부르니까 목에 방울을 차고 달랑거리는

우리말

잠, 잠, 잠 하고 부르니까 정말 잠이 오는군요, 우리말

밤새도록 소반상에 흩어진 쥐눈콩을 세며

가갸거겨 뒷다리와 하니 두니 서니 숫자를 익혔던

어린시절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0) 2010.02.26
와온 속으로 / 하여진   (0) 2010.02.26
인도양 / 최준  (0) 2010.02.26
우포늪 통신 / 강경보  (0) 2010.02.26
꽃삽 / 나혜경  (0) 201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