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 김창균
파장 무렵 장에 간다
이 골목의 끝에는 어물전이 있어 좋고
저 골목의 끝에는 국밥집이 있어 좋다
어느 날은 뜨거운 수건을 얼굴에 덮고 누워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는 날도 있다.
늙은 애비가 또
저와 같이 늙어가는 아들과 마주앉아 낮술을 마시는
국숫집에 들어 국수를 먹기도 한다
국숫발처럼 팅팅 불은 말씀들이 귀떼기를 치고
나는 코를 훌쩍이며 천천히 국수 국물까지 먹는다
그리고 파장 무렵 골목 끝에서 본
냉동 가자미나 청어나 명태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
이런 날은 오랜만에 만난 이들처럼
서로 옷소매를 잡아끌며 파장토록 장터를 기웃거리는데
천방에선 이슥토록 늙은 염소가 운다.
울음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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