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삶는 / 윤관영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는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세탁소 / 최정진 (0) | 2010.03.06 |
---|---|
꿀통 / 윤관영 (0) | 2010.03.06 |
지하 셋방 앞 목련나무 / 서수찬 (0) | 2010.02.26 |
장날 / 김창균 (0) | 2010.02.26 |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 백상웅 (0) | 2010.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