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 유치환(1908~1967)
물같이 푸른 조석(朝夕)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아라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을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거역할 수 없는 불가피함으로 주어지는 일상이라면, 서로들 어울려 두텁고 두텁게 마음들 쌓아야 한다. 밀물과 썰물로 이어지는 나날 속에 그래도 홀로임이 뼈저릴 때, 그 외로움의 정체가 너라면, 너는 내몰 길 없어서 나의 운명일 수밖에 없으리라! 홀로 고독한 산정(山頂)을 더듬어 나아가는 저 그리움이라는 세로(細路)는 지상의 길인 동시에 우주로 이어진 통로인 까닭에. <김명인·시인>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와 나비 - 김기림(1908 ∼ ?) (0) | 2010.03.14 |
---|---|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1960~ ) (0) | 2010.03.06 |
입술 - 이성복(1952~ ) (0) | 2010.03.06 |
저녁에 - 김광섭(1905~1977) (0) | 2010.03.06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1970~ ) (0) | 2010.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