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生, 그 환한 충전 / 조은영

시인 최주식 2010. 3. 6. 23:24

生, 그 환한 충전 / 조은영

뻥튀기 기계가 빙빙 돌아간다
노인을 가린 파라솔은 햇발을
당기며 오후를 충전중이다
먼지 쌓인 의자 위,
졸음도 수북이 쌓였을까
잘 마른 옥수수 까그라기를 털 듯
눈을 비비던 노인, 꿈처럼
앞니 두 개로 웃는다

수 년 전 풍 맞은 아내는
아랫목을 차지한 채 일찍 늙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내를 돌아 뉘는
노인의 앙상한 팔에
플러그처럼 힘줄이 돋는다
아내의 등에 활짝 핀 욕창
꽃 진 자리처럼 쓸쓸하여서
노인은 자꾸만 쓰다듬는다
이제 그만 지고 싶다는 아내에게
얼마의 온기를 전송하는 것인지
손길마다 따뜻한 기운 흐른다

가슴 한구석 통증의 압력도
이 기계만 같을까, 노인은
뜨거운 응어리를
쇠막대로 힘껏 열어 제낀다

펑!

연기로 터져 나오는 저 환한 것들

'현대시학' 200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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