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1900∼1929)

시인 최주식 2010. 3. 14. 23:12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1900∼1929)

꽃가루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봄은 감각의 계절, 고양이의 보드라운 촉수처럼 고혹적이기만 하다. 화사한 그 촉감들에 살갗을 비비다 보면, 어느새 감염이 되어 나른하게 빠져드는 몸의 오수(午睡). 꿈결 속으로 봄의 변신인 고양이가 떼로 몰려온다. 따사롭고 화사한 햇살 고양이, 금방울같이 호동그란 물소리 고양이, 푸른 촉기 가득 뿜어 올리는 꽃향기 고양이…. 봄날의 감미로움에 온통 둘러싸이는 이 중심! <김명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