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함남도안(咸南道安) - 백석(1912~ ?)

시인 최주식 2010. 3. 14. 23:13

함남도안(咸南道安) - 백석(1912~ ?)

고원선(高原線) 종점인 이 작은 정차장엔

그렇게도 우쭐대며 달가불시며 뛰어오던 뽕뽕차가

가이없이 쓸쓸하니도 우두머니 서 있다

해빛이 초롱불같이 희맑은데

해정한 모래부리 플랫폼에선

모두들 쩔쩔 끓는 구수한 귀이리차(茶)를 마신다

칠성(七星)고기라는 고기의 쩜벙쩜벙 뛰노는 소리가

쨋쨋하니 들려오는 호수까지는

들쭉이 한불 새까마니 익어가는 망연한 벌판을 지나가야 한다


도안(道安)은 개마고원에서 흘러내리는 부전강을 막아 만든 호수 아래에 있다던가. ‘달가불시며(호들갑 떨며)’ 달려왔던 ‘뽕뽕차(기차)’가 멎은 종착역은 ‘해정한(깨끗한)’ 모래부리를 풍경으로 펼쳐 햇빛조차 희맑은데, 여행자는 거기서도 망연한 벌판을 얼마만큼 더 지나 호수까지 가야 한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나그네로 나도 덩달아 그 부전강 가를 헤매건만, 그리운 방랑은 시 속에서나 가능한가. <김명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