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1954∼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삶은 끊임없는 연단을 거치며 나아간다는 것. 이 인생론은 역경이 바로 우리네 평생의 동력임을 일깨운다. 그리하여 아무런 훼방이 없고 굴곡도 없는 삶이라면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으면서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대여! 무수한 담금질로 강철이 단련되듯 아픈 메질이라고 애써 피하지만 말자! 어느새, 봄바람 분다. 속절없이 흔들리며 살아야겠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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