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잔디 - 김소월(1902∼1934)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엣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춥고 어두운 겨울을 지나온 봄이기에 대지 위에 쏟아지는 햇살은 저리도 밝기만 한 것인가. 이 시의 리듬은 경쾌하다 못해 자못 발랄하다. “잔디/ 잔디/ 금잔디”를 구태여 세 줄로까지 분절하고 또 겹쳐 쓴 이 반복은 약동하는 봄의 생명력을 낱낱이 되살려낸다. 그러나 그 봄은 겨울이라는 무덤을 통과하여 마침내 불타오르는 것이므로, 온전한 기쁨으로만 다가서는 것은 아니다. 봄은, 죽음과 삶이 한 자리임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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