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효과 - 김민정(1976 ∼ )
한겨울에 강원도의 아이들이
북어를 가지고 칼싸움을 한다
소리가 제법 칼이다
그렇게 믿고 또 휘두른다
칼에게 칼날이 전부이듯
북어에게 최선은 몸통이다
국으로 끓여 아침 식탁에 올리면
몸 푼 동생이 가장도 아니면서
가장처럼 먼저 한술 뜨는 이유,
젖 도니까
칼에게 칼날이 생명이듯 온몸으로 바다를 헤쳐 온 명태에겐 몸이 전부다. 강원도 산골 황태덕장의 명태들은 겨울바람에 그 몸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북어 중의 북어, 황태가 된다. 변신으로 깡마른 황태, 산골 아이들은 장난감 칼 삼아 그 몸과 놀고, 세상의 시름에 겨운 가난한 시인은 아침 해장술국으로 그 몸을 두드린다. 어느새 봄이 왔으니 덕장의 명태들은 찬바람에 제 몸 말리는 일 그만두었을까. 세찬 바람에 몸 벼리던 헌신이 뜻밖에도 산모의 젖줄에 이어져 있다는 것. 과연 예상 밖의 효과일까? <김명인·시인>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가난은 - 천상병(1930~1992) (0) | 2010.03.19 |
---|---|
선운사 동구(禪隕붇 洞口) - 서정주 (1915~2000) (0) | 2010.03.19 |
金잔디 - 김소월(1902∼1934) (0) | 2010.03.19 |
엔진 - 이근화(1976∼ ) (0) | 2010.03.19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1954∼ ) (0) | 2010.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