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삼월에 내리는 눈

시인 최주식 2010. 3. 23. 20:19

삼월에 내리는 눈                                                          
                                                          
                                                               김진기

차우차우* 만나기로 한 날
삼월의 미간에 눈이 내린다
경칩 개구리가 나왔다가 눈길에 허리가 비끗한다

마음 조이던 어제의 빗발이  
밤이 되자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남녘, 어린 꽃잎이
혀로 바람의 간을 보며 북상을 서두르다가
쏟아지는 눈꽃에  
입술이 파랗게 질린다
겨울이 나프탈렌의 향기를 온몸에 두르고
장롱에 몸을 누일 무렵
잔설이 오지랖 펄럭이며 가던 길을 되돌아온다
하늘이 하얗게 내려앉는다

한계령 봉우리는 폭설에 허리까지 내 준다
하릴없는 촌부들이 모여 앉아
미운 놈 싸대기 때리듯
힘껏 화투패를 치는 밤
한계령은 제 한계를 모르고 부산으로 내려가더니
껑충, 제주까지 건너뛴다
메고 간 옥양목 열 필을 다 썼다
눈은 세상 씻으려 밤낮으로 내린다

오늘 칠장사 차우차우 눈 빠지게 기다리겠다

*차우차우:고향이 티베트인 이 검은 개는 사자처럼 긴 갈기를 지녔다
칠장사에 가면 8년생 사자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