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예스터데이 / 한혜영

시인 최주식 2010. 3. 14. 23:09

예스터데이 / 한혜영


휘청휘청 돌아가는 연못
낡은 턴테이블 앞에 쭈그려 앉습니다

예스터데이∼ 흐느끼는 물풀 위로

한 떼의 시간이 꼬리를 끌며 지나갑니다

촌스런 전나무도 이런 팝송 하나쯤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갤 끄덕거리고

오렌지는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지는데
난데없이 튀어 오르는 판! 금이 간

청춘 위에서 깨어진 노래 알갱이들이
딸꾹 딸꾹 튀다가 구르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복제되는 비틀즈

파장과 파장 사이 떠오르는 수천 개

입술이 복화술을 쓰듯 오물거리기 시작합니다
뒤죽박죽 엉키는 세월, 시린 물 속으로

곤두박인 나무그림자에 매달린 여자 하나가

어제의 한 고비를 넘지 못해 마구 휘둘립니다
펄럭이던 지느러미 위험하던 시절의

판… 판을 꺼야하는데……

후미진 구석에 앉아 가슴으로 적갈색
커피를 폭폭 끓여대며 짝사랑했던 더벅머리

그 날의 디제이는 긴 긴 외출 중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의 배후 / 최광임  (0) 2010.03.14
마흔을 기다렸다 / 함순례  (0) 2010.03.14
물이 자라는 이유 / 정용화  (0) 2010.03.14
고두밥 진밥 외 1편 / 김진기   (0) 2010.03.14
십일월 / 정수경  (0) 2010.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