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 / 한혜영
휘청휘청 돌아가는 연못
낡은 턴테이블 앞에 쭈그려 앉습니다
예스터데이∼ 흐느끼는 물풀 위로
한 떼의 시간이 꼬리를 끌며 지나갑니다
촌스런 전나무도 이런 팝송 하나쯤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갤 끄덕거리고
오렌지는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지는데
난데없이 튀어 오르는 판! 금이 간
청춘 위에서 깨어진 노래 알갱이들이
딸꾹 딸꾹 튀다가 구르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복제되는 비틀즈
파장과 파장 사이 떠오르는 수천 개
입술이 복화술을 쓰듯 오물거리기 시작합니다
뒤죽박죽 엉키는 세월, 시린 물 속으로
곤두박인 나무그림자에 매달린 여자 하나가
어제의 한 고비를 넘지 못해 마구 휘둘립니다
펄럭이던 지느러미 위험하던 시절의
판… 판을 꺼야하는데……
후미진 구석에 앉아 가슴으로 적갈색
커피를 폭폭 끓여대며 짝사랑했던 더벅머리
그 날의 디제이는 긴 긴 외출 중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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