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필요한 말은 생략하지 말자

시인 최주식 2010. 4. 25. 15:48

[우리말 바루기] 필요한 말은 생략하지 말자 [중앙일보]

 

언어에도 경제학이 적용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군더더기 말을 쓰지 말라는 얘기이지 써야 할 말을 생략하라는 건 아니다. 꼭 있어야 할 말을 적지 않으면 문장이 어색해지고 심지어 엉뚱한 얘기가 되고 만다.

“그는 올 초부터 벌어진 대형마트 간 가격할인 전쟁의 도화선을 댕긴 인물이다.” ‘도화선’은 폭약이 터지도록 불을 붙이는 심지를, ‘댕기다’는 불이 옮아 붙거나 옮아 붙게 하다를 뜻한다. ‘댕기다’는 “바싹 마른 나무가 불이 잘 댕긴다” “그는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담배에 불을 댕겼다”처럼 대체로 ‘불’과 함께 쓰인다. ‘도화선을 댕긴’ 것이 아니라 ‘도화선에 불을 댕긴’으로 해야 올바르다.

“현대자동차가 수출차에 비해 내수차의 안전장치를 저급 사양으로 달아 차별한다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사양을 보강해 새 모델을 내놨다.” 여기선 ‘차별한다’의 목적어가 없다. ‘국내 소비자를’이라는 말을 써 주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열린 총기 난사 사건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급하게 써서 그런지 ‘총기 난사 사건’을 추모하는 것이 돼 버렸다.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식’이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 된다.

최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