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누구의 밥그릇인가?

시인 최주식 2010. 6. 30. 23:25

누구의 밥그릇인가?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먹고살기 힘드니까 밥그릇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고깃국이라면 누구라도 침 넘어 가겠지만 그게 제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얼른 빼앗아다 먹어야만 직성이 풀릴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게 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돈을 보면 참지 못하고 제주머니에 먼저 넣으려고 한다.

 

문예진흥기금에서 시행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금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나누어 준다. 사업별로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예산을 누가 먼저 가져가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달라지고 사업의 내실이 평가된다. 해마다 예술위원회의 예산에 복권기금으로 추진하는 문학나눔사업이 있고 그 사무를 예술위원회의 문화나눔부에서 주관하는 모양이다. 이 사업의 세부사항을 보면 문학을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서 특정된 주관자가 시를 골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또 아름답고 훌륭한 문장을 골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시배달’, ‘문장배달’이란 프로그램이 있고 ‘문장웹진’이란 간행물을 발간하고 ‘문장의 소리 방송’을 하고 ‘글틴’이란 사업을 통해 연중 글쓰기 대축제를 주관하는 것으로 자료에 나타나 있다 좋은 책도 구입해서 배포하고 협력기관으로 출판사를 활용하고 글틴에서 뽑혀 상을 받은 글을 교과서에 수록하는 일도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복권기금에서 넘어오는 지원금 중, 180여 억원 규모의 기금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 넘어가 지방문예회관 특별공연, 소외계층 문화순회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돈은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직접 지원금으로 쓰여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복권기금을 넘겨 받을때 합의된 정신이다. (문예진흥원이 예술위원회로 개편되고 복권수익금에서 1천분지 3이 예술지원금으로 넘어오는 법률개정 때 본인이 공술인으로 국회에 출석하여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여 법률을 통과 시켰음) 그러니 예술창작인들의 밥그릇의 일부가 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 넘어간 꼴이 되었다. 예술위원회가 “지역협력사업”이라는 명목으로 16개 지자체에 넘겨주는 200여 억원의 지원금과 여타 단체에 지원금을 뭉텅이로 나눠준다면 장차 예술위원회는 바람 빠진 풍선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은 뻔하다. 이런 일들이 광범위한 문화운동으로 문학을 넓게 보급하는 일이라고 그들은 주장하고 문학이 기초예술(중심예술이란 말 대신 꼭 이렇게 쓴다)이기 때문에 널리 보급시켜야 한다는 결정에 따라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문인과 문학단체를 빼놓고 이 일이 가능할까?

 

문학이 모든 예술의 중심인것만은 틀림없다. 문예사조를 만들고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사조를 주도하는 일도 문학이 한다. 때문에 모든 예술의 기본은 문학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정부가 예술창작을 지원하는 비중을 중심예술(그들은 기초예술이라고 말 하지만)인 문학에 두지 않는다. 문학을 기초예술이란 말로 묶어 놓고 공연예술 쪽에 무게를 두어 지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예술위원회에 속해 있는 문화나눔부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문학보다는 공연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서 문학은 홀대를 받는다. 문학이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자존심에 어긋나지 않게 예우를 받기 위한 일을 하는 결사체가 문학단체인데 문화예술을 전담하는 문화부나 문화예술위원회는 애써 문학단체를 외면한다. 그 실증 중의 하나가 문화나눔사업 중, 문학관계 사업을 시행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학단체를 아이예 외면하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에 관계되는 예산이나 이의 집행은 반드시 문학단체들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애써 문학단체를 외면하고 다른 외곽단체에 막대한 예산을 풀어 문학보급의 기초라고 불리는 글짓기 지도, 도서관 업무 보조, 책 나눔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직업이 없는 문인들을 동원해서 월 1백 만원 내외를 지급하는 일들은 무엇인가? 아무리 일자리 만드는 사업이라고 하지만 문인단체를 배제하는 것은 너무하는 일이다. 그 밥그릇을 나누어 줄 곳은 당연히 문학단체인데 정부의 외곽단체인 무슨 협회, 무슨 단체에서 이 일을 주관하는 것은 문인들의 전문단체인 문학단체의 밥그릇을 빼앗아 제 밥그릇 나눠주듯 하는 꼴이다.

 

작년도 문학나눔사업 중, 문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런 사업을 문인단체에 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 그런 방향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문학과는 별 관계가 없는 다른 단체로 예산이 이관되어 문학나눔사업에서 문인단체가 제외 되었다. 그 예산이 20억 원이 넘었다면 놀라지 않을 문인이 없을 것이다.

 

크게는 문화나눔이요 작게는 문학나눔이다. 그게 어찌 ‘시배달’이나 ‘문장배달’로 끝나겠는가,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전문단체인 문인단체와 정부 그리고 예술위원회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예술위원회는 예술위원회대로 제각각 걸어간다면 문학하는 사람들의 집합체인 문인단체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허공에 대고 주먹질만하다가 지쳐 쓰러지란 말인가, 허긴 주먹질하는 사람도 없지만- 이런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문인단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진정 이 나라의 예술정책이 이해집단들의 판단한 목표에 따라 각기 다른 길로 간다면 찬란한 문화예술이 꽃피는 시대는 요원해 질것이다. 모두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특히 문인단체와 그 회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