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달 / 권혁수
듣자니, 거미란 놈이 거리의 나뭇가지에다
미니홈페이지를 개설했다는군요
손님을 기다리시는 모양인데
하루 종일 푸른 하늘을 배경화면으로 깔고
구름과 시원한 비바람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해도
파리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네요
아무래도
수억 광년 떨어져 있는 별이나
흘러간 팝송 같은 개울 물소리라도
메뉴판에 더 얹어놔야 할까봅니다
목이 길어 목마른 밤
달덩이 하나 덜렁 거미줄에 걸리자
허기진 녀석이 졸다 말고 덥석
마른 이빨로 꽉, 깨물었네요 정신없이
엄마 젖 빨듯 달빛을 빨아대네요
저런!
하루하루 쭈그러드는 달이 안쓰럽네요
오는 그믐밤엔 당신
거미줄에 걸리는 꿈을 꾸게 될 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거든, 복권 사세요
행운이라도 혹은 불운이어도
걸리는 건 어차피 운이 아니던가요
시집 <빵나무아래>2010. 천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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