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봄꿈을 꾸며 / 김종해

시인 최주식 2010. 8. 9. 22:12

봄꿈을 꾸며 / 김종해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게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 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 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현대시학> 8월 권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