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꿈을 꾸며 / 김종해
만약에 말이지요, 저의 임종 때,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이 가장 마음에 들더냐
하느님게서 하문하신다면요,
저는 이월이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눈바람이 매운 이월이 끝나면
바로 언덕 너머 꽃 피는 봄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요.
네, 이월이요. 한 밤 두밤 손꼽아 기다리던
꽃 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지요.
살구꽃, 산수유, 복사꽃잎 눈부시게
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봄날이
언덕 너머 있기 때문이지요.
한평생 살아온 세상의 봄꿈이 언덕 너머 있어
기다리는 동안
세상은 행복했었노라고요.
<현대시학> 8월 권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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