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정지용 / 불사조

시인 최주식 2010. 8. 23. 23:29

정지용 『불사조』


비애! 너는 모양 할 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 않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지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 「행복」이 너를 아조 싫여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을 차지하였더뇨?
비애! 오오 나의 신부! 너를 위하야 나의 창과 웃음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도 보지 못하였노라.

스스로 불탄 자리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애! 너의 불사조 나의 눈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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